행방불명자 김한홍
Not Missing Anymore

cut | 3min | 2025


뉴스 헤드라인에서 제주 4.3과 관련된 뉴스를 찾아보지만 간신히 한두 줄만이 보인다. 워낙 중대한 국면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마음이 또 저려온다. 이미 수십 년을 철저히 외면받아온 제주 사람들인데, 이제는 적어도 오늘 이 하루 만큼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마땅할 텐데, 그들이 울분을 억눌러온 시간에 한 해가 또 더해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1948년 4월 3일부터 7년 7개월 동안 섬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바다에 가로막혀 도망칠 곳 없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빗자루에 휩쓸리듯 사지에 몰렸다. 그 과정에서 거의 모든 중산간 마을이 불에 타 사라졌다. 도내 행정구역별 희생자를 추산한 통계에서는 어떠한 경향성도 보이지 않는다. 그 분별의 부재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그저 눈에 띄면 죽었던 것이다. 어떻게 살아있는 것을, 그것도 사람을 '이유를 불문하고 사살'할 수 있단 말인가.

오랫동안 육지 사람들에게 그러하였듯 나 역시나 제주가 품은 아름다움 너머의 슬픔을 보지 못했다. 그저 약간의 결심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 혹은 도전하기 좋은 바다가 있는 곳으로만 존재했었다. 다행히 깊이 헤아릴 줄 알고 온 마음 다해 사람을 사랑하곤 하는, 그런 좋은 친구들을 만난 덕에 지금껏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감각해나가고 있다.

돌아보니 제주에 큰 빚을 졌다.
지난 여름 제주 바다를 수영으로 돌 수 있었던 건 내가 특별히 잘 나거나 수영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바다가 그렇게 하라고 허락해주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출발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루 한 번 제주 바다에 내 목숨을 맡겼고, 바다는 매번 다시 내게 돌려주었다. 지금껏 제 몸에 흩뿌려져 거두어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목숨 만으로 이미 충분했던 걸까. 아무리 바다가 크다 한들 바다에게조차 버거운 양의 영혼들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바다는 끝끝내 게워내지 않고 죽은 몸들을 받아들이고, 바위에 묻은 피를 묵묵히 씻어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바다에 달려든 나를 다시 섬으로, 이어서 육지로 돌려보냈다. 하루의 수영을 마치고 단단한 땅을 딛던 때처럼, 여전히 바다와 섬에게 감사함과 숭고함을 동시에 느낀다.

8개월 만에 다시 찾은 섬에서 느낀 것은 사람과 섬의 질긴 생명력이었다.
쉽사리 아물지 못할 상처 위에도 사람들은 기어이 또 다른 삶의 터전을 꾸려냈다.
손가락질 속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여인들은 돌담을 다시 쌓아 올렸다.
불에 탄 자리에는 다시 풀이 자라났고, 붉게 물들었을 바다는 다시 푸름을 되찾았다.
그러는 동안 참아온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제는 섬 사람들이, 또 저 바다가 마음껏 울었으면 좋겠다.

2025년 4월,
77주기를 하루 앞두고 찾은 제주4.3평화공원에서.


나오는 이: 이진영, 박재황
<행방불명자 김한홍 Not Missing Anymore>